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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와이너 亞太 대표

AI가 이용 패턴·데이터 분석
조기에 사고 가능성 낮춰

클릭 한 번으로 보험 가입
年 100조원 보험거래 처리
스마트폰을 살 때, 전기차를 탈 때, 여행을 예약할 때 클릭 한 번으로 보험을 추가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인슈어테크(insurtech) 그룹 볼트테크는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전 세계 39개국에서 플랫폼을 운영하며 연간 700억달러(약 100조원) 규모 보험 거래를 처리한다.

필립 와이너 볼트테크 아시아·태평양(APAC) 대표(사진)는 9일 서울 역삼동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보험은 단순 상품이 아니라 디지털 생태계의 인프라가 돼야 한다”며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할 때 자연스럽게 ‘보호’가 따라붙는 구조가 미래의 보험”이라고 말했다.

볼트테크는 보험을 서비스 안에 심는 ‘임베디드 보험’ 모델로 기존 구조를 혁신하고 있다. 통신, 가전, e커머스, 금융 등 다양한 산업 파트너와 협력해 사용자가 별도 절차 없이 보장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한다. 소비자는 이 회사 이름을 보지 않아도 결제 화면에서 체크 한 번으로 보험을 더할 수 있다. 와이너 대표는 “보험을 따로 찾지 않아도 서비스 흐름 속에서 보호 기능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핵심 경쟁력은 인공지능(AI) 기술이다. 볼트테크는 생성형 AI와 로코드·노코드 시스템을 결합한 220여 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요율 산정 보조’ ‘상품 추천’ ‘클레임 자동화’ 등 모듈을 파트너에 제공한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사이버 보안, ID 보호 등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솔루션으로 확장 중이다.

볼트테크는 보험의 기능을 사고 후 보상에서 사고 전 위험 감지로 넓히고 있다. 사이버 보험은 고객 계정에서 평소와 다른 지역·기기에서 로그인 시도가 발생하거나 금액·패턴이 비정상적인 결제가 감지되면 AI가 이를 즉시 위험 신호로 판단해 차단한다. 전기차 보험도 비슷하다. 배터리 온도가 갑자기 치솟거나 충전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지는 등 고장을 예고하는 패턴이 감지되면 앱으로 알림을 보내 정비 시점을 알려준다. 와이너 대표는 “AI가 이용 패턴과 센서 데이터를 조기에 읽어 사고 가능성을 낮추는 등 보험을 ‘예방형 보험’ 개념으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보안과 데이터 리스크에도 대비하고 있다. 전 세계 90개 관할 지역에서 보험 라이선스를 보유한 볼트테크는 국가별 규제에 맞춰 데이터 최소 수집 원칙을 적용한다. 와이너 대표는 “한국 고객 데이터는 국내에서만 처리하고 본사(싱가포르)로 이전하지 않는다”며 “AI가 자동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편향(바이어스)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중요 결정은 사람이 최종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정보보호와 사이버 리스크에 관한 요구가 높은 시장인 만큼 예방형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아시아 주요국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