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인프라·정책 강점에도 인재·투자 격차 뚜렷
미국·중국과 경쟁력 격차 여전…AI 생태계 고민해야
무대 오른 젠슨 황-이재용-정의선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10.30
city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한국은 과연 AI 패권 경쟁에서 세계 3강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내년부터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인공지능(AI) 산업을 키우겠다고 공표하면서 'AI 3강' 도약이 공식적으로 국정 과제에 올랐다.
하지만 국제적 평가를 보면 현재 한국의 AI 역량은 10위권에 갇혀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AI 3강' 목표를 향한 열망과 냉정한 현실을 동시에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AI 역량 평가, 미국·중국과는 상당한 차이 최근 미 하버드대 벨퍼센터가 발간한 '전략기술 지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경쟁력은 글로벌 기준 9위 수준이었다.
벨퍼센터는 한국의 AI와 관련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주요국 중 AI 기술에서 가장 빠른 발전을 이룬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기술 경쟁력, 정부와 주요 기업들의 AI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강력한 ICT 인프라, AI 친화적인 사용자 기반이 AI 생태계 성장의 탄탄한 기반이 된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국은 AI에 대한 민간 투자 수준이 낮고 감소 추세에 있으며 생성형 AI 기술 격차, 국내 시장의 규모 한계, AI 전문 인력 부족 등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벨퍼센터의 보고서에서 'AI 2강'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은 AI 경쟁력에서 각각 1, 2위에 올랐다. 기술 점수 차이도 적지 않았다.
AI
(EPA=연합뉴스)
영국 시장조사 업체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발표한 'AI Index' 순위(2024년)에서도 한국은 6위로 꼽혔다.
이 지수는 절대 지표와 상대 지표를 조합해 국가의 총 AI 역량과 인구 및 경제 규모에 대한 AI 역량을 측정한 결과다.
미국과 중국이 1, 2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가 3위, 영국이 4위였다. 한국은 주요 산업 분야에서 AI를 적용하는데 강세를 보인다고 평가됐지만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AI 선도국과는 여전히 격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미국은 AI 과학자, 엔지니어 및 연구원을 포함해 대다수의 AI 인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가장 우수하고 똑똑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글로벌 자석으로 평가됐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은 AI 인프라 확충 속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한 장비·인프라 확보만으로는 기술 강국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나온다.
인재 풀 적고 민간 AI 투자 '수십 배' 격차 AI 경쟁력의 핵심은 단순한 컴퓨팅 자원이 아니라 인재와 산업 생태계로 수렴된다.
조지타운대 산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ET) 분석을 보면 최근 10년간 한국에서 발표된 AI 학술논문 수는 6만8천여 건으로 세계 11위권이다. 미국(35만 건), 중국(42만 건)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AI가 그리는 캐리커쳐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스타트업위크 2025' 를 찾은 관람객의 캐리커쳐를 AI 로봇이 그리고 있다. 2025.9.23
soonseok02@yna.co.kr
논문 수치 자체보다 문제는 인재 유입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AI 인재 순유입이 35위였다. 공부하고 실력 쌓은 AI 관련 인재들이 한국에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투자 규모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2023년 미국과 중국에서 유입된 AI 투자액은 한국 대비 수십 배 이상 많았다. 민간의 활력이 떨어지면 기술 사업화 속도도 느려진다는 점에서 우려할만한 대목이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연구 환경·보상 체계·산학 협력 모두 글로벌 경쟁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드라이브와 ICT 저력은 '도약의 밑거름' 물론 한국의 'AI 3강' 목표에 비판만 있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빠른 정책 전환과 탄탄한 ICT 기반을 한국의 강점으로 꼽는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AI·반도체·양자 등 12대 전략기술을 제시하며 'AI 국가전략 새판'을 선포했다.
AI 인프라 전시 살펴보는 관람객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AI 인프라 관련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5.11.3
dwise@yna.co.kr
서울을 비롯해 세종, 대구, 판교 등 AI 거점 지구의 조성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네이버·카카오·삼성전자·LG 등 국내 대기업도 초거대 AI와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AI 공공 데이터 센터'와 '전국 AI 랜드마크' 구축 구상은 산업 현장에서 AI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소버린 AI'가 한국형 돌파구 될까 해외 전문가들의 분석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소버린 AI'다.
기본적으로 AI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연산 자원을 자국 내에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언어·문화·법적 규제까지 고려한 '자국형 AI 생태계'를 의미한다.
한국은 올해 이를 아예 국가전략으로 격상시켰다.
정부는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을 우리나라를 대표할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주체들로 선정한 상황이다.
선발된 5개 정예 팀은 통계청, 특허청 등 기관 데이터를 공동 구매하거나 개별 구축할 수 있다. 아울러 순차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정부 예산으로 확보한 컴퓨팅 자원이 지원된다.
이들이 개발·확보한 AI 파운데이션 모델 등을 기반으로 12월 말 1차 단계 평가를 거쳐 지원 대상을 4곳으로 줄이고 6개월마다 평가를 통해 한 곳씩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공공·국방 등 민감 분야에서는 이미 해외 모델 대신 국산 LLM을 쓰는 정책 실험이 시작됐다. 이는 단순한 추격형이 아니라 '차별화 전략'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 선정 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 선정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5.8.4
uwg806@yna.co.kr
글로벌 AI 분석 매체 펄스는 한국을 두고 "빠르게 올라서는 나라이지만 자체 플랫폼 파급력이 약한 게 약점"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AI 3강'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글로벌 인재 유치, 민간 중심의 투자 생태계 조성, 규제 혁신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AI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AI 3강 진입은 단기간에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인재와 자본이 자연스럽게 몰리는 환경을 만든다면 한국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한국이 던져야 할 질문은 "언제 3강에 오를까"가 아니라 "어떻게 독자적 생태계를 만들어 글로벌 자본과 인재를 끌어올 수 있을까"다.
AI 인프라가 깔리기 시작했다. 이제 도약의 길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로 남았다.
president21@yna.co.kr
미국·중국과 경쟁력 격차 여전…AI 생태계 고민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10.30
city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한국은 과연 AI 패권 경쟁에서 세계 3강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내년부터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인공지능(AI) 산업을 키우겠다고 공표하면서 'AI 3강' 도약이 공식적으로 국정 과제에 올랐다.
하지만 국제적 평가를 보면 현재 한국의 AI 역량은 10위권에 갇혀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AI 3강' 목표를 향한 열망과 냉정한 현실을 동시에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AI 역량 평가, 미국·중국과는 상당한 차이 최근 미 하버드대 벨퍼센터가 발간한 '전략기술 지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경쟁력은 글로벌 기준 9위 수준이었다.
벨퍼센터는 한국의 AI와 관련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주요국 중 AI 기술에서 가장 빠른 발전을 이룬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기술 경쟁력, 정부와 주요 기업들의 AI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강력한 ICT 인프라, AI 친화적인 사용자 기반이 AI 생태계 성장의 탄탄한 기반이 된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국은 AI에 대한 민간 투자 수준이 낮고 감소 추세에 있으며 생성형 AI 기술 격차, 국내 시장의 규모 한계, AI 전문 인력 부족 등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벨퍼센터의 보고서에서 'AI 2강'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은 AI 경쟁력에서 각각 1, 2위에 올랐다. 기술 점수 차이도 적지 않았다.
(EPA=연합뉴스)
영국 시장조사 업체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발표한 'AI Index' 순위(2024년)에서도 한국은 6위로 꼽혔다.
이 지수는 절대 지표와 상대 지표를 조합해 국가의 총 AI 역량과 인구 및 경제 규모에 대한 AI 역량을 측정한 결과다.
미국과 중국이 1, 2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가 3위, 영국이 4위였다. 한국은 주요 산업 분야에서 AI를 적용하는데 강세를 보인다고 평가됐지만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AI 선도국과는 여전히 격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미국은 AI 과학자, 엔지니어 및 연구원을 포함해 대다수의 AI 인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가장 우수하고 똑똑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글로벌 자석으로 평가됐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은 AI 인프라 확충 속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한 장비·인프라 확보만으로는 기술 강국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나온다.
인재 풀 적고 민간 AI 투자 '수십 배' 격차 AI 경쟁력의 핵심은 단순한 컴퓨팅 자원이 아니라 인재와 산업 생태계로 수렴된다.
조지타운대 산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ET) 분석을 보면 최근 10년간 한국에서 발표된 AI 학술논문 수는 6만8천여 건으로 세계 11위권이다. 미국(35만 건), 중국(42만 건)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스타트업위크 2025' 를 찾은 관람객의 캐리커쳐를 AI 로봇이 그리고 있다. 2025.9.23
soonseok02@yna.co.kr
논문 수치 자체보다 문제는 인재 유입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AI 인재 순유입이 35위였다. 공부하고 실력 쌓은 AI 관련 인재들이 한국에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투자 규모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2023년 미국과 중국에서 유입된 AI 투자액은 한국 대비 수십 배 이상 많았다. 민간의 활력이 떨어지면 기술 사업화 속도도 느려진다는 점에서 우려할만한 대목이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연구 환경·보상 체계·산학 협력 모두 글로벌 경쟁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드라이브와 ICT 저력은 '도약의 밑거름' 물론 한국의 'AI 3강' 목표에 비판만 있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빠른 정책 전환과 탄탄한 ICT 기반을 한국의 강점으로 꼽는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AI·반도체·양자 등 12대 전략기술을 제시하며 'AI 국가전략 새판'을 선포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AI 인프라 관련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5.11.3
dwise@yna.co.kr
서울을 비롯해 세종, 대구, 판교 등 AI 거점 지구의 조성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네이버·카카오·삼성전자·LG 등 국내 대기업도 초거대 AI와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AI 공공 데이터 센터'와 '전국 AI 랜드마크' 구축 구상은 산업 현장에서 AI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소버린 AI'가 한국형 돌파구 될까 해외 전문가들의 분석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소버린 AI'다.
기본적으로 AI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연산 자원을 자국 내에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언어·문화·법적 규제까지 고려한 '자국형 AI 생태계'를 의미한다.
한국은 올해 이를 아예 국가전략으로 격상시켰다.
정부는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을 우리나라를 대표할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주체들로 선정한 상황이다.
선발된 5개 정예 팀은 통계청, 특허청 등 기관 데이터를 공동 구매하거나 개별 구축할 수 있다. 아울러 순차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정부 예산으로 확보한 컴퓨팅 자원이 지원된다.
이들이 개발·확보한 AI 파운데이션 모델 등을 기반으로 12월 말 1차 단계 평가를 거쳐 지원 대상을 4곳으로 줄이고 6개월마다 평가를 통해 한 곳씩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공공·국방 등 민감 분야에서는 이미 해외 모델 대신 국산 LLM을 쓰는 정책 실험이 시작됐다. 이는 단순한 추격형이 아니라 '차별화 전략'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 선정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5.8.4
uwg806@yna.co.kr
글로벌 AI 분석 매체 펄스는 한국을 두고 "빠르게 올라서는 나라이지만 자체 플랫폼 파급력이 약한 게 약점"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AI 3강'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글로벌 인재 유치, 민간 중심의 투자 생태계 조성, 규제 혁신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AI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AI 3강 진입은 단기간에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인재와 자본이 자연스럽게 몰리는 환경을 만든다면 한국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한국이 던져야 할 질문은 "언제 3강에 오를까"가 아니라 "어떻게 독자적 생태계를 만들어 글로벌 자본과 인재를 끌어올 수 있을까"다.
AI 인프라가 깔리기 시작했다. 이제 도약의 길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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