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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9월 이후 3번째 회의 끝에 5대 1로 의결
이재명표 원전 정책 시동… 남은 9기 심사도 탄력 전망
경제성·안전성 논란 여전… '위원 3명 공석' 절차 문제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을 허가한 13일 오후 부산 기장군 고리2호기(오른쪽 두 번째)의 모습. 뉴스1

국내 최장수 원전인 부산 기장군 고리 2호기가 2033년 4월까지 연장 가동된다. 수명 만료 2년 반 만에 이뤄진 결정이자, 2015년 월성 1호기 이후 10년 만에 나온 계속운전 허가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지난 9월 이후 세 번의 회의 끝에 고리 2호기를 추가 가동하더라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결정은 이재명 정부의 원전 정책 기조가 확인된 첫 사례로, 수명 연장을 기다리는 나머지 9개 원전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는 13일 제224회 회의를 열고 재적 원안위원 6명 중 5명의 찬성으로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고리 2호기는 설계수명이 만료일(2023년 4월)부터 10년간 수명이 연장됐다.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2호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가 공급한 가압경수로 방식의 원전으로, 출력은 신형 원전의 절반 수준인 685메가와트(MWe) 규모다. 2023년 4월 40년의 설계수명이 만료되면서 현재는 운전이 정지된 상태다.

원안위는 앞서 9월과 10월에 회의를 열었으나 안전성 검토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을 보류했었다. 이날 3차 회의에서도 안전 관련 쟁점은 이어졌다. 진재용 위원(법무법인 강남 변호사)은 “운영허가 이후 40년이 흐르는 동안 주변환경 변화가 컸는데, 이를 고려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며 표결에서 유일한 반대표를 던졌다. 계속운전에 찬성한 이강근 위원(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태풍이 강화되고 지진·해일이 동시 발생하는 등 극한 사고 위험이 높아졌다"며 "방사선피폭 대책까지 고려해야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결정으로 현재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한 9개 원전 심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고리 2호기 심사과정에서 사고관리계획서 등 여러 쟁점에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존 원전에 대해 '합리적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계속 쓰겠다고 언급한 것도 긍정적 요소다. 원안위에 따르면 고리 2호기를 포함한 계속운전 대기 원전 10기의 발전 용량은 8.45기가와트(GW)로 전체 원전 발전 용량(26.05GW)의 3분의 1 수준이다. 원안위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2027년까지 추가 심사를 마무리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원안위 회의실에서 열린 제224회 전체회의에서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심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계속운전의 경제성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2022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고리 2호기 계속운전 경제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고리 2호기는 계속운전 기간이 7년 이상이어야 이용률과 관계없이 적자를 보지 않는다. 그런데 재가동까지 약 3~6개월 이상의 정비기간이 필요한데다 바로 옆 고리 1호기의 해체작업 탓에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수원은 “내년 2월 재가동을 목표로 현재 진행 중인 설비개선을 완료하고 안전성을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이날 표결은 임기가 끝난 원안위원 3명의 빠진 채 진행됐는데, 공석인 위원 중엔 원전기술전문가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회의장에선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심사무효를 주장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원호 원안위원장은 표결 후 “여러 우려가 있는 만큼 한수원의 설비 개선이 안전기준에 부합되게 이행되는지 현장점검을 통해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