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다시 최고경영자(CEO) 선임 국면을 맞은 가운데 거버넌스의 향방을 추적합니다.
주요 투자 건서도 반대·기권 표출
주요 투자 건에서도 KT 이사회는 찬반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5월9일 제7차 이사회에서 다룬 '엡실론 투자계획' 안건은 조건부 가결됐다. 출석 이사 중 일부가 기권하거나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해 8월13일 제10차 이사회에서는 '리벨리온-사피온코리아 합병 동의' 안건이 원안 가결됐지만, 일부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졌다. 리벨리온은 KT가 지분을 보유한 AI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KT 이사회는 지난해에만 21회 열렸다. 정기이사회 5회, 임시이사회 16회다. 이사회가 처리한 안건은 총 66건으로, 회당 평균 3.1건을 심의했다. 같은 기간 SKT는 16회, LG유플러스는 8회씩 이사회를 개최했다.
KT 이사회의 안건 수가 많은 건 최대한 세분화해 각각 의결이나 보고를 받는 방식 때문이다. 이사회 운영 규정 제8조는 이사회 의결사항 44개를 명시하고 있다. 주요 투자와 재무 관련 안건은 대부분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타법인 지분 매각의 경우 150억원 이상, 타법인 출자의 경우 500억원 이상, 150억원 이상 타법인 보증 및 담보 제공, 150억원 이상 토지나 건물의 취득 및 처분, 10억원 이상 출연 또는 기부 등이 이사회 결의 대상이다. 예산상 차입규모를 초과하는 장기차입,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도 마찬가지다.
투자 기준 150억원·조직개편 의결 격상
KT는 올해 5월 미래투자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사회 의결 전에 미래투자위원회를 먼저 거치는 구조다. 통신 3사 중 유일하다. 300억원 이상 600억원 미만 출자나 보증, 토지·건물 취득은 미래투자위 의결을 받는다. 600억원 이상 1200억원 미만 타법인 출자와 지분 매각도 미래투자위 안건이다.
KT는 11월 4일 이사회에서 규정을 개정했다. 부문장급 경영임원 인사와 주요 조직개편을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격상시켰다. 기존에는 '보고'만 받았지만, 이제는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퇴임을 앞둔 대표이사가 측근 인사와 자기 사업을 보전하기 위해 임기 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관장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영섭 KT 대표는 취임 이후 KT 외부에서 전문 인력을 영입해 인공지능(AI) 사업을 키워왔는데, CEO가 교체되면 연속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경쟁사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SKT 이사회규정 제7조는 대표이사·이사·감사만 이사회에서 선임하고, 나머지 임직원 조직개편과 인사는 대표 권한으로 위임했다. LG유플러스는 집행임원 인사관리 규정을 결의하지만 KT처럼 모든 부문장과 조직개편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는다.
KT 이사회는 총 10명 중 사외이사만 8명이다. 의결사항이 많은 데다 사외이사 비율까지 높으니 경영진 의견이 이사회에서 관철되기 어려운 구조다. 사내이사 2명이 찬성해도 사외이사 과반(5명 이상)이 반대하면 안건이 부결된다.
KT 이사회의 강력한 견제 시스템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역대 CEO 교체 때마다 경영 방향과 조직이 급변하면서 생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장치라는 시각도 있다. 중장기 전략이 효과를 보기 전에 경영진이 바뀌는 악순환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고 CEO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KT의 한 사외이사는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상법에 적법하게 이사회 규정을 수정한 것으로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차기 CEO 선임 과정이 진행 중인 만큼 이사회와 경영진 간 협력 방식이 어떻게 설정될지 주목된다. 독립적 감독 기능과 경영 효율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편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16일 오후 6시 대표이사 후보 공개 모집을 마감했다. 위원회는 사내 후보와 전문기관 추천을 포함해 총 33명의 후보로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을 완료했다. 어떤 인물들이 후보군에 포함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사회는 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한다. 해당 후보는 2026년도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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