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을 바꾸는 AI: 의료] <1>
AI가 심전도 검사 도중에 “위험”
의사가 못 보는 미세 징후 포착
응급실 이송 뒤 심장마비 발생
신속 조치로 후유증 없이 회복
최근 한 50대 남성이 서울 중구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다가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겉보기에 건강해 보였지만 ‘AI 심전도’ 측정에서 심장 이상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의사가 보기엔 정상이었지만 AI는 심장 기능 이상 점수가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센터는 곧바로 심장 초음파 촬영을 해 실제 심장 이상을 확인했고, 곧바로 응급실로 보냈다. 환자는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실제 심장마비가 발생했는데, 의료진의 신속한 심폐소생술(CPR)을 비롯한 후속 조치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후유증도 없었다. AI의 심전도 검사 10초 덕에 이후 심장 초음파 검사(10분), 응급실 이송(5분), 심장마비 발생과 응급처치까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오는 30일이면 오픈AI가 생성형 AI ‘챗GPT’를 내놓은 지 3년이 된다. AI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혁신 속도로 모든 영역에서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의료 부문에서는 사람 목숨을 구하고 있다. AI는 의료 현장에서 심부전·뇌졸중과 같은 초·분 단위로 자칫 목숨을 잃거나 엄청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는 치명적 질환을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해 ‘골든 타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의학계에선 “의사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 측면이 컸지만, AI 덕분에 고위험군 환자를 조기 발견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됐다”며 “AI가 의료 혁명을 가져오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AI는 또 인간의 눈으로 놓치기 쉬운 의료 영상(CT, MRI 등)의 미세한 병변이나 생체 데이터의 이상 패턴을 발견해 암이나 희소 질환을 조기에 예측하고 진단한다. 개인의 유전 정보, 생활 습관, 의료 기록 등을 분석해 특정 항암제가 누구에게 더 효과적일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예측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초정밀 맞춤 치료가 가능해졌다.
그래픽=김성규
AI 챗봇을 통한 24시간 건강 상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AI 기반 원격 진료 보조 등을 통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나 몸이 불편한 고령 환자에게도 의료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십 수년 걸리던 신약 개발을 수개월 단위로 줄여 난치병 극복 시기를 줄이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의사나 의료 기기 진단을 돕는 역할을 넘어 인간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주체가 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환자의 심장 이상을 사전에 경고한 AI는 의료 스타트업 ‘메디컬에이아이’가 개발한 ‘심전도 AI 기반 심장 질환 조기 진단 설루션’(AiTiALVSD)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10년간 근무하면서 “심전도 검사만으로도 심장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권준명 대표가 2019년 창업했다. 이 회사는 2021년 기존 심전도 파형에서 의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미세한 흔적’을 잡아내는 AI를 개발했다.
10~20초 정도인 심전도 검사에서 만들어지는 원시 데이터(raw data)는 약 6만개에 달한다. 기존 심전도 측정 결과에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파형만 표시되는데, 이 안에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미세한 데이터가 수만 개 담겨 있는 것이다. 메디컬에이아이는 2000만개가 넘는 심전도 데이터와 파형을 AI에 학습시켜 기존에는 판독할 수 없었던 심부전·심근경색 등을 조기에 찾아내고 있다. 의료진이 보는 모니터에 AI 심장 기능 점수와 위험도(높음 또는 낮음)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심장 초음파 같은 추가 진료가 필요한 상황인지 판단하는 정확도는 97%(식약처 확증 임상 시험)에 달한다. 지난 1월부터 이를 도입해 건강 검진에 활용하고 있는 정현숙 센터장은 “AI가 심전도 측정 10초 만에 이상 여부를 확인해서 알려준다”면서 “AI가 이전 검사 때와 차원이 다른 심부전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해 주면서 심전도의 진단 영역도 확장했다”고 말했다. 메디컬에이아이의 AI 심전도는 국내외 145개 병원과 검진 센터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회사는 대동맥 판막 질환 등 다양한 심장 질환을 판독할 수 있는 AI도 최근 출시했다.
지난 6월 중순 가천대 길병원 응급실에 60대 남성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왔다. 의식이 없었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입술만 겨우 움직이는 상태였다. 왼쪽 팔다리에는 마비 증세도 시작됐다. 뇌경색 의심 증상이었다. 의료진은 곧바로 컴퓨터 단층 촬영(CT)을 긴급 지시했고, 결과가 나왔다. 평소라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CT 판독을 하는 데 10~20분이 걸린다. 하지만 의료진은 CT 촬영이 끝난 지 3분 만에 응급실 모니터를 통해 ‘우측 중뇌동맥 폐색 의심(99.85%)’이라는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 AI 기업 휴런이 개발한 AI 기반 뇌출혈·뇌경색 분석 설루션 ‘스트로케어 스위트’가 CT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판독해 준 덕분이다. 임용수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뇌경색은 수 분이 생존을 좌우하는 골든 타임”이라며 “AI 덕분에 10분 이상 시간을 앞당겼고 혈전 용해제 투여, 동맥 내 혈전 제거 수술을 신속하게 시행해 후유증이 거의 없이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박용석 올림픽파크365의원 원장은 지난해 8월 수원 화홍병원 응급실에 머리를 다쳐 이송된 6세 소아 환자를 받았던 경험을 떠올렸다. 급히 CT를 촬영해 살펴봤지만 이상이 없었다. 이때 AI 기반 뇌출혈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인 ‘에이뷰 뉴로캐드’에서 알림이 떴다. 뇌경막 아래쪽에 미세한 출혈이 있다고 알려준 것이다. 박 원장은 “소아 환자는 뇌 CT를 찍어도 소량의 출혈을 알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AI는 이를 잡아 알려줘 뇌출혈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늦은 밤 대형 교통사고가 나서 환자들이 밀어닥칠 때,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어떤 환자부터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가려낼 수 있다고 했다.
의료 AI의 장점은 인간의 눈이 놓치던 영역도 숫자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심전도나 엑스레이는 의사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해석됐다. 미세한 잡음이나 흐릿한 음영은 ‘애매한 소견’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애매한 잡음과 음영도 분석해 평가 결과를 숫자로 제시한다. AI가 정량화하는 의료 정보는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의료 시스템 자체의 효율을 바꿔놓고 있다.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없는 환자의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해 치료로 연결하는 예방적 의료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AI가 의료의 표준을 재편하고 있다”며 의료 혁명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는 데 AI가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AI가 심전도 검사 도중에 “위험”
의사가 못 보는 미세 징후 포착
응급실 이송 뒤 심장마비 발생
신속 조치로 후유증 없이 회복
최근 한 50대 남성이 서울 중구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다가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겉보기에 건강해 보였지만 ‘AI 심전도’ 측정에서 심장 이상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의사가 보기엔 정상이었지만 AI는 심장 기능 이상 점수가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센터는 곧바로 심장 초음파 촬영을 해 실제 심장 이상을 확인했고, 곧바로 응급실로 보냈다. 환자는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실제 심장마비가 발생했는데, 의료진의 신속한 심폐소생술(CPR)을 비롯한 후속 조치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후유증도 없었다. AI의 심전도 검사 10초 덕에 이후 심장 초음파 검사(10분), 응급실 이송(5분), 심장마비 발생과 응급처치까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오는 30일이면 오픈AI가 생성형 AI ‘챗GPT’를 내놓은 지 3년이 된다. AI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혁신 속도로 모든 영역에서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의료 부문에서는 사람 목숨을 구하고 있다. AI는 의료 현장에서 심부전·뇌졸중과 같은 초·분 단위로 자칫 목숨을 잃거나 엄청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는 치명적 질환을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해 ‘골든 타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의학계에선 “의사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 측면이 컸지만, AI 덕분에 고위험군 환자를 조기 발견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됐다”며 “AI가 의료 혁명을 가져오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AI는 또 인간의 눈으로 놓치기 쉬운 의료 영상(CT, MRI 등)의 미세한 병변이나 생체 데이터의 이상 패턴을 발견해 암이나 희소 질환을 조기에 예측하고 진단한다. 개인의 유전 정보, 생활 습관, 의료 기록 등을 분석해 특정 항암제가 누구에게 더 효과적일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예측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초정밀 맞춤 치료가 가능해졌다.
AI 챗봇을 통한 24시간 건강 상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AI 기반 원격 진료 보조 등을 통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나 몸이 불편한 고령 환자에게도 의료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십 수년 걸리던 신약 개발을 수개월 단위로 줄여 난치병 극복 시기를 줄이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의사나 의료 기기 진단을 돕는 역할을 넘어 인간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주체가 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환자의 심장 이상을 사전에 경고한 AI는 의료 스타트업 ‘메디컬에이아이’가 개발한 ‘심전도 AI 기반 심장 질환 조기 진단 설루션’(AiTiALVSD)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10년간 근무하면서 “심전도 검사만으로도 심장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권준명 대표가 2019년 창업했다. 이 회사는 2021년 기존 심전도 파형에서 의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미세한 흔적’을 잡아내는 AI를 개발했다.
10~20초 정도인 심전도 검사에서 만들어지는 원시 데이터(raw data)는 약 6만개에 달한다. 기존 심전도 측정 결과에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파형만 표시되는데, 이 안에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미세한 데이터가 수만 개 담겨 있는 것이다. 메디컬에이아이는 2000만개가 넘는 심전도 데이터와 파형을 AI에 학습시켜 기존에는 판독할 수 없었던 심부전·심근경색 등을 조기에 찾아내고 있다. 의료진이 보는 모니터에 AI 심장 기능 점수와 위험도(높음 또는 낮음)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심장 초음파 같은 추가 진료가 필요한 상황인지 판단하는 정확도는 97%(식약처 확증 임상 시험)에 달한다. 지난 1월부터 이를 도입해 건강 검진에 활용하고 있는 정현숙 센터장은 “AI가 심전도 측정 10초 만에 이상 여부를 확인해서 알려준다”면서 “AI가 이전 검사 때와 차원이 다른 심부전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해 주면서 심전도의 진단 영역도 확장했다”고 말했다. 메디컬에이아이의 AI 심전도는 국내외 145개 병원과 검진 센터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회사는 대동맥 판막 질환 등 다양한 심장 질환을 판독할 수 있는 AI도 최근 출시했다.
지난 6월 중순 가천대 길병원 응급실에 60대 남성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왔다. 의식이 없었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입술만 겨우 움직이는 상태였다. 왼쪽 팔다리에는 마비 증세도 시작됐다. 뇌경색 의심 증상이었다. 의료진은 곧바로 컴퓨터 단층 촬영(CT)을 긴급 지시했고, 결과가 나왔다. 평소라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CT 판독을 하는 데 10~20분이 걸린다. 하지만 의료진은 CT 촬영이 끝난 지 3분 만에 응급실 모니터를 통해 ‘우측 중뇌동맥 폐색 의심(99.85%)’이라는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 AI 기업 휴런이 개발한 AI 기반 뇌출혈·뇌경색 분석 설루션 ‘스트로케어 스위트’가 CT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판독해 준 덕분이다. 임용수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뇌경색은 수 분이 생존을 좌우하는 골든 타임”이라며 “AI 덕분에 10분 이상 시간을 앞당겼고 혈전 용해제 투여, 동맥 내 혈전 제거 수술을 신속하게 시행해 후유증이 거의 없이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박용석 올림픽파크365의원 원장은 지난해 8월 수원 화홍병원 응급실에 머리를 다쳐 이송된 6세 소아 환자를 받았던 경험을 떠올렸다. 급히 CT를 촬영해 살펴봤지만 이상이 없었다. 이때 AI 기반 뇌출혈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인 ‘에이뷰 뉴로캐드’에서 알림이 떴다. 뇌경막 아래쪽에 미세한 출혈이 있다고 알려준 것이다. 박 원장은 “소아 환자는 뇌 CT를 찍어도 소량의 출혈을 알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AI는 이를 잡아 알려줘 뇌출혈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늦은 밤 대형 교통사고가 나서 환자들이 밀어닥칠 때,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어떤 환자부터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가려낼 수 있다고 했다.
의료 AI의 장점은 인간의 눈이 놓치던 영역도 숫자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심전도나 엑스레이는 의사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해석됐다. 미세한 잡음이나 흐릿한 음영은 ‘애매한 소견’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애매한 잡음과 음영도 분석해 평가 결과를 숫자로 제시한다. AI가 정량화하는 의료 정보는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의료 시스템 자체의 효율을 바꿔놓고 있다.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없는 환자의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해 치료로 연결하는 예방적 의료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AI가 의료의 표준을 재편하고 있다”며 의료 혁명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는 데 AI가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