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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현재 반도체에 적용되는 세액공제 범위를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전체로 넓혀달라고 요청했다. 수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앞두고 비용 절감 필요성이 커지자 정부에 일종의 SOS(구조신호)를 요청한 것이다.



무슨 일이야

오픈AI 로고.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달 말 미국 백악관에 서신을 보내 반도체법(칩스법)의 투자세액공제 대상을 AI 데이터센터·서버제조 등 AI 인프라 관련 공급망까지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2022년 제정된 반도체법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법이다. 지난 7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통과하면서 세액공제 폭은 35%로 늘었다.

크리스 리헤인 오픈AI 최고대외협력책임자(CGAO) 명의로 작성한 이번 서한에서 오픈 AI는 “투자세액공제 대상 확대는 자본 비용을 낮추고 초기 투자 위험을 완화한다.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미국 내 AI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발송된 이 서한의 수신자는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으로 명시됐다.

크리스 리헤인 오픈AI 최고대외협력책임자. 오픈AI


무슨 의미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군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오픈 AI는 향후 8년 간 AI 인프라에 1조4000억 달러(약2041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AI 서비스 챗GPT를 운영하지만 흑자가 요원한 가운데, 오픈AI는 막대한 투자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미국 정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러 프라이어 오픈AI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공개석상에서 “정부가 AI 칩 구매 비용을 보증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가 논란이 일자 발언을 철회한 해프닝도 있었다.



다른 빅테크는 어때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빅테크들도 AI 인프라 구축에 수천 억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다만 투자 비용 부담에는 오픈AI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각 사의 본업인 클라우드·광고·서비스 구독료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 당장 정부에 세액공제 확대를 요구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이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들여다보면, 각사는 시장 예상치보다 큰 AI 설비투자 금액을 집행했다. 아울러 연간 설비투자(CAPEX) 규모도 올려 잡았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3분기에 239억 달러(약 34조원), 메타는 193억 달러(약 27조원), MS는 349억 달러(약 50조 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연간 설비투자 금액의 경우 알파벳은 850억 달러(2분기 발표 기준)에서 최대 930억 달러로, 메타는 기존 660억~720억 달러에서 700억~72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MS는 “연간 설비투자는 분기마다 늘고, 내년 증가율은 올해보다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일각에선 ‘AI 거품론’이 계속되고 있으나, 오픈AI는 미국의 AI 주도권 사수를 명분 삼아 앞으로도 관련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한에서도 오픈AI는 중국에 맞선다는 명분을 들어 미국 내 제조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비용 분담 협정, 대출 또는 대출 보증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구글과 메타 등은 현재 본업 수익을 기반으로 자금력이 탄탄하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이 계속 투입되면 비용 절감을 위해 함께 세액공제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 정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