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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공동개발 '케이팩스'…"피지컬 AI 데이터 수집 플랫폼"
"권 교수 제자들, 구글·딥마인드서 활약…3명은 국내 데려올것"
한국과학기술연구원-LG전자-LG AI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AI 휴머노이드 ‘KAPEX’.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액츄에이터 등이 적용된 로봇핸드로 과일 모형을 집는 모습./뉴스1 ⓒNews1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를 중심으로 글로벌 피지컬 인공지능(AI) 인재 확보에 나선다. 권 교수는 2015년 미국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휴머노이드 '휴보'로 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 로봇 석학이다.

KIST는 LG전자(066570)·LG AI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AI 휴머노이드 '케이팩스(KAPEX)'의 두뇌 성능을 주요국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3일 서울 성북구 KIST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KIST·LG그룹 등 산학연 관계자들과 '과학기술 AI 전략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에선 케이팩스 동작이 시연됐다. 케이팩스는 테이블 위 과일을 잡거나, 시연장 밖으로 스스로 걸어나갔다.

특히 동작의 핵심부품인 '고출력 전신 액추에이터'를 90% 이상을 국내 연구진이 자체 개발했다. KIST가 강점을 가진 로봇핸드 기술도 적용됐다. 이 덕에 케이팩스는 16가지의 파지 동작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하지만 단순히 걷거나 사물을 집는 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배 부총리는 보고 있다. 하루빨리 휴머노이드를 산업 현장·재난 대응 등에 투입할 수 있도록 피지컬 AI 모델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숙제는 다양한 센싱·동작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모델이 현실의 복잡한 물리현상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데 필요하다. 글로벌 전체를 놓고 봐도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는 희소하다.

오상록 KIST 원장은 케이팩스가 데이터를 수집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LG그룹과의 협력으로 케이팩스를 저렴하게 생산해 연구 현장에 널리 보급하는 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연구 현장은 그 대가로 데이터를 KIST와 공유하면 된다.

권인소 카이스트 교수는 한국이 고품질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델 고도화에 주력한다면, 글로벌 빅테크 휴머노이드를 따라잡을 여지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글로벌 톱 그룹이 만든 휴머노이드들도 아직 현실의 물리현상(피직스)을 이해하는 데 서툴다. 그래서 (변하는 상황에) 피드백이 잘 안되고 행동을 변경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리적 맥락을 고려해서 모델이 행동을 학습해야 한다. 피드백 기반 행동 보정이 필요하단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선 물성 인식, 시공간 축을 반영한 4차원 인지지도, 물리 예측 시뮬레이션 등을 담당하는 모듈이 필요하다. 필요한 모듈을 적절히 조합(라우팅)하면 효율적인 학습도 가능하다는 게 권 교수의 생각이다.

KIST는 내년 1월부터 권 교수를 '국가특임연구원'으로 영입, 그를 중심으로 케이팩스 모델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특임연구원에는 정년이 적용되지 않으며, 2억 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보수가 지급된다.

특히 권 교수가 1992년 부임 이래 배출한 200여명의 제자들이 우군으로 합류할 전망이다. 이들은 현재 구글·테슬라·딥마인드·엔비디아 등 굴지의 빅테크에서 활약하고 있다.

권 교수는 "제자인 정예근 테슬라 연구원은 테슬라 옵티머스 비전 연구를 총괄할 정도로 회사에서 총애를 받고 있다. 이런 친구를 데려오려면 과감한 베팅이 필요하다"며 "김다훈 딥마인드 연구원은 강한 국내 복귀 의지를 보이고 있어 영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상록 KIST 원장은 "최소 제자 3명은 국내로 데려와달라"며 "보수 등 원하는 대우를 맞춰주도록 노력하겠다. 이런 분들과 팀을 꾸리면 우리가 피지컬 AI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